툴리몬스트룸의 발견
미국의 일리노이주 북동부 석탄층 광산 매립지에는 메이존 크릭(Mazon Creek)이라는 화석층이 있습니다. 메이존 크릭은 해양생물들이 부패하기 전에 해저의 진흙에 덮여 화석이 만들어진 지역으로 화석의 탁월한 보존과 다양한 종의 발견으로 화석의 보물창고로 알려졌습니다. 1958년에 미국의 아마추어 고고학자인 프란시스 툴리는 그곳에서 기괴한 모습의 화석을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은 발견자의 이름을 따와 '툴리몬스트룸'으로 불러졌습니다. 프란시스 툴리는 그 이상한 생물을 필드 자연사 박물관으로 가져갔지만, 고생물학자들도 그 생물이 어떤 종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안테나처럼 달린 눈과 촉수처럼 길게 나온 입 등은 생물의 분류학상 어떤 종에도 속한다고 볼 수 없어 반세기 동안이나 미스터리한 생물로 알려져 왔습니다. 'Tullimonstrum gregarium'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gregarium'은 공통을 나타내며, 특정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괴물이라는 의미의 'monster'는 기괴한 외모와 신체의 구조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툴리몬스트룸의 모습
처음 발견되었을 때에는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연체동물, 절지동물, 코노돈트(뱀장어를 닮은 멸종된 턱이 없는 척추동물), 벌레, 멍게류 및 척추동물등 다양한 종에 비유되었지만, 정확한 종은 알 수 없었습니다. 툴리몬스트룸의 생김새는 원통형 몸통이며 꼬리 끝에 기다랗게 수직으로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긴 주둥이가 특징적인데 주둥이 끝에는 가위 모양의 턱이 있으며 최대 8개의 날카로운 이빨이 보입니다. 몸통 중간쯤 양 옆으로는 길게 뻗어나간 한쌍의 눈이 있습니다. 학자들은 긴 주둥이와 끝에 있는 가위 모양의 턱을 근거로 오파비니아의 친척뻘이 아닐까 하는 의견이 있었던, 반면에 몸통 뒤쪽에 붙어있는 긴 지느러미를 근거로는 연체동물 중에서 두족류 쪽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 오파비니아 : 고생대캄브리아기의 범절지동물, 길이가 4~7cm 정도 되는 소형 동물입니다.
※ 두족류 : 문어, 오징어, 앵무조개, 낙지 등 척추 구조가 없는 무척추동물을 말한다. 뼈가 없는 연체동물의 한 종류이며, 두족류라고 불리는 이유는 머리에 바로 다리가 달렸다는 의미입니다.
툴리몬스트룸의 정체
발견된 후 반세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툴리몬스트룸의 정확한 종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참 미스터리한 생물입니다. 그나마 일리노이주 인근 고생대 바다에서 약 3억 년 전에 살았던 멸종된 생물정도로만 알려졌습니다. 2016년에 한 연구팀에 의하면 툴리몬스트룸의 화석에는 멜라노솜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툴리모스트룸은 척추동물이라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멜라노솜은 동물의 세포 소기관으로 멜라닌 색소의 합성과 저장, 운반하는 장소입니다. 이때 툴리몬스트룸은 먹장어와 비슷하게 둥근 입을 가진 원구류의 척축동물이라는 가설과 함께 척추동물 진화의 초기 모델로 진화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주장도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가설을 뒷받침해 줄 근거가 부족하고 반박하는 의견이 이어지면서 이 논란은 묻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2019년도에 아일랜드 코크대학의 연구팀이 문어나 오징어와 같은 무척추동물의 눈에서도 멜라노솜이 발견된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진들은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싱크로트론 방사선 광원이라고 불리는 입자 가속기를 이용해 견본에 방사능을 노출시켜 각각의 성분의 시그니처를 검출하는 방식으로 실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결과를 보면, 현대 척추동물에서 나오는 멜라노솜의 아연비율이 현대 무척추동물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툴리몬스트룸의 눈을 분석해 본 결과, 아연의 비율이 무척추동물에 더 가깝다는 결과입니다. 툴리몬스트룸이 무척추동물이지 아니면 척추동물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일본 국립과학박물관의 연구원인 미카미 도모유키 박사의 연구팀에서 3차원 이미지 기술을 이용하여 툴리몬스트룸은 적어도 척추동물은 아니라는 새로운 결과를 '고고학'이라는 학술지에 발표하였습니다. 미카미 도모유키 박사는 이미 일본 도쿄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았을 때부터 나고야대학 연구진과 함께 툴리몬스트룸 화석 150개와 다른 동물 화석 70여 개를 연구해 왔습니다. 연구팀은 3D 레이저 스캐너로 화석의 3차원 컬러 지도를 만들고, 표면의 미세한 변화를 색으로 분별해서 X선 마이크로 컴퓨터단층촬영을 진행해 툴리몬스트룸의 긴 입을 자세히 관찰하였습니다. 그 결과 툴리몬스트룸을 척추동물로 주장했던 근거들이 척추동물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미카미 박사의 말을 인용하자면, " 여러가지 증거를 토대로 볼 때 툴리몬스트룸이 척추동물이라는 가설은 인정될 수 없다"라며 "툴리몬스트룸의 머리와 몸에서 연장된 분절 구조가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며, 어떤 척추동물도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하고 말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즉 툴리몬스트룸이 무척추동물이라는 주장입니다. 미카미 박사는 이번 자신의 연구 결과로 툴리몬스트룸이 척추동물인지, 아니면 무척추동물인지에 대한 미스터리는 풀렸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무척추동물 중에서는 어느 계통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에는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어류와 비슷한 창고기와 같은 무척추 척삭동물이거나 지렁이 같은 원구류의 동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툴리몬스트룸은 특히 메이존크릭에서만 발견된다는 점이 고고학적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됩니다. 툴리몬스트룸은 정체가 과연 무엇일지 연구 결과가 발표될수록 더욱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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